안녕하세요, 님! 심진 입니다 👋🏻
‘글쓰기는 나를 드러낼 수 밖에 없는 일’이라고 하죠.
최근 부쩍 이 문장에 고개를 끄덕이곤 합니다.
저는 원래 낯가림이 심하고, 본인을 드러내길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랍니다. 쑥쓰럽기도 하고요. 별로 내세울 게 없으니까요. 당연히 유명해지고 싶지도 않고요. 그런데 이런 저를 데리고 글을 쓰게 만들고, 말을 하게 만들고, 유명해지면 어떨까 상상을 하게 만드는 건 대부분 내가 아닌 타인입니다. 친구일 때도 있고, 부모님, 가족,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 이미 죽은 사람이거나 존재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사람일 때도 있고요.
제가 오래 머무르는 공간의 공통점을 떠올려 볼게요. 지구상에 얼마나 많은 공간이 있나요. 카페 하나를 생각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카페가 있습니까. 그런데 유독 오래 머무르는 곳은, 그곳에서 제가 스스로 무언가를 하고 있더라고요. 저한테 작은 변화가 생기는 거죠. 딱히 거창한 것도 아니에요. 잘 써지지 않았던 글 한 편을 쓰거나 구매할 생각이 없었던 것을 사고, 좋아하는 것을 먹고, 별로 좋아하지 않던 것도 먹어보고, 생각보다 맛있어서 친구를 데려가겠다 마음먹고, 눈물을 흘리거나 웃고 떠들면서 결과적으로는 좋아집니다. 기분이 좋아져요.
제가 쓰는 글과 제가 하는 말이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핸드폰을 켜서, 이메일 앱에 들어가서, <월간 진심>을 누르고, 수많은 글자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반드시 여러분의 시간이 흐르잖아요. 여러분이 선택해서 흘러가는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기분이 좋아지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바란다고 해도 제 글을 읽는 동안 누군가는 기분이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건 제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들에겐 너무 지루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일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 그 사람은 ‘더 좋은, 재밌는 글을 읽고 싶다’는 마음을 얻을 것이고, 실제로 그런 글을 찾아 읽고난 뒤 최종적으로 그의 기분이 좋아지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계속해서 나를 드러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다만 매주 무언가가 변하고 있다는 걸 몸으로 실감하고 있어요. 매주 사람들이 <월간 진심>을 읽고, 답장을 써서 보내고, 소개한 책을 사서 읽고 있습니다. 인증 사진을 찍어 보내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이잖아요. 이런 모습은 제가 먼저 쓰지 않았다면, 먼저 건네지 않았다면 서로가 얻을 수 없었던 변화입니다. 그래서 더 좋은 글을, 잘 쓰고 싶습니다. 좋은 책을 재밌게 읽고, 정확히 소개하고 싶습니다. <월간 진심>은 쭉- 계속할 테니,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무슨 수상소감 탄 것처럼 인삿말이 길어졌습니다만, 언젠가는 꼭 하고 싶었던 말이었어요, 최근 좋아하는 동료가 공유해 준 [녹기 전에] 라는 가게의 접객 가이드 <좋은 기분>을 읽고, 감상이 이어진 덕분에 꺼낼 수 있었네요. 그가 쓴 글도 제게 쓰는 힘을 주었고, 결과적으로 이렇게 6호를 기쁘게 보내는 작은 변화가 생긴 셈입니다.
편지를 건넨 친구와, 영감을 나누는 동료와 접객 가이드를 164페이지나 쓰는 사장님께는 한 수 배웠습니다.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얻을 것인가 생각하기보다 먼저 무엇을 나눌 수 있을까 생각한다는 것을요. 그것이 올바른 것인지 생각하고,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고려하고 난 다음에 손을 건넵니다. 그렇게 맞잡은 손이 많아질수록 우리가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겠죠. 그러므로 즐겁게 살아갈 날이 많아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마치 커다란 강강술래를 하는 모습이겠네요.
커다란 원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건 양옆의 사람들이 내어주는 손, 그 손을 맞잡은 우리뿐입니다. 언제나 계신 그 자리에서, 손 내밀고 시간들여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2023/05/24 수요일
글쓰기는 애증의 마음으로,
여러분에겐 애정 뿐인 심진 드림 🫶🏻